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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세이]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_재영 책수선

구칠씀 2022. 1. 1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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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재영 책수선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수선하고 싶은 한 권의 책이 있으신가요?


 

/읽기 전...

 

Q 이 책을 고른 계기?

 

제목에 "책"이 들어가는 모든 책들에 눈길이 간다.

그렇게 간 가벼운 시선을 시작으로

"책 수선가"라니...,

그대로 홀려버렸다.

 

적당히를 넘어서 서있는,

그게 무엇이든 간에 그 모든 것들이 내는 그런 매력이 있다.

정해진 직업의 이름을 찾아봐도

자신이 하는 일의 정의를 확실히 전달할 수 없음을 느꼈을 때

찾는 것을 넘어서서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 자신을 지칭하는

사람들이 참 멋있다.

 

이름을 다듬어가면서

더 구체적인 방향을 찾아

독창적인 일을 펴내고 세상에 알리는 것,

진로 탐구의 시작을 이렇게 시작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이 행위가 더 자유롭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온다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직업이 존재하게 될까

 

 

 

Q 책에서 얻어 가고 싶은 것? 기대?

 

참 낯선 직업이다. 해외는 몰라도

국내에서 이와 같은 직업을 들어본 바가 없다.

수선은 가깝지만 책이 붙으니 낯설다.

책을 고쳐 쓴다는 것이 낯선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책을 고치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을까

책 수선가를 찾는 사람들은 어떤 책을 가지고 올까?

전자책이 종이책을 잡아먹을까 혹 걱정인데

수선이라니 그들에게 그 책 한 권의 특별함이란 무엇일까

책 수선가의 하루는 어떨까 등

 

제목을 읽고 생겨버린 많은 물음표에 대한

답을 풀어가고 싶었다.

 

 

 

/ 책을 읽고...

 

Q. 한줄평

 

파손을 사랑하며

소중한 것을 간직하는 법

 

 

Q. 소감

 

책 수선가인 저자는 파손을 사랑한다.

 

누군가가 책을 사랑하며 생긴 흔적과 같은 것이라고

그리고 그런 파손을 사랑한다고 이야기한다.

 

책의 파손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정말 딱 맞는 표지가 감싸고 있다고 감탄했다.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심상을 떠올리게 하는 알맞음이다.

사실 파손을 크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니라

생겼는데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내 눈에는 걸리지가 않았다.

책을 집히는 대로, 펼치는 대로, 접히는 대로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내 양손에 맡겨 읽고는 했는데

파손을 들여다보는 저자의 이야기를 한참 읽다 보니

내가 남겼을, 그리고 남기고 있을 흔적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실 거의 처음으로 파손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야기든 엮으면 책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이 책을 읽고 전후를 잠깐 비교해보니

표지갈이를 한 것 같다 생각이 든다.

 

주제는 파손, 파손 관련 무언가가

내 어딘가에 자리는 잡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책배가 부르더니

어느새 책등이라 부를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기고

이내 표지마저 바꾸어 버린 것 같다.

 

책은 어느 순간부터 한 땀 한 땀의 손길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게 되었고, 빠르게 많이 똑같이 찍어 나오는 무언가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그 더미에서 유일한 책으로 거듭나는 것은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지며 일어나는 것이구나. 

그리고 그것을 아울러 파손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떤 행위든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흔적 자체가 피하고 싶은 것이 되어버리면

어떤 행위 건간에 그저 죄송스러운 일이 될 뿐이다.

혹은 피해야 하는 것이던가 말이다.

하물며 파손이 두려운 수준에 까지 이르면

혹여나 파손될까 두려워 흔적 남기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지고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애쓰다 보면 행위가 멎는다.

이처럼 과잉보호는 해롭다.

 

파손에 대한 느낌은 저마다 다 다르더라도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단순히 "꼴 보기 싫은 것"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지나간 자리에는 흔적이 남기 마련이고

흔적이 있다는 것은 적어도 쓸쓸한 시간은 아니었다고 

그 흔적들을 일련의 이런 것들이라고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파손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멋지게도 보이며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려는 것 같기도 때문이다.

 

파손에 대한 기피증이나

혹은 나처럼 무미건조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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